한약재를 공부하다 보면, [육진약에 속한다]또는 [팔신약에 속한다]라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육진팔신의 뜻은 무엇이고, 어떤 약재가 속하는지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1. 육진팔신(六陳八新)이란?
진한시대에 집필된 최초의 한방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 육진팔신(六陳八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됩니다. 묵을 진(陳)과 새로울 신(新)에서 알 수 있듯, 여섯가지의 오래될 수록 좋은 약재와 여덟가지의 신선한 것일수록 좋은 약재를 의미합니다.
2. 육진팔신(六陳八新)의 종류
오래될 수록 좋다고 평가되는 육진약 = 육진양약(六陳良藥) 은 낭독(狼毒), 지실(枳實), 진피(陳皮), 반하(半夏), 마황(麻黃), 오수유(吳茱萸)입니다.
육진약 중 지실, 진피, 반하, 마황, 오수유는 꽤나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수 있지만, 낭독의 경우에는 빈용되는 약재가 아니다보니 처음 들어보시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낭독은 풍도대극을 의미하며, 비교적 최근 항암제의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효능이 발견된 바 있는 약재입니다. 추후 낭독에 대하여 본초 카테고리에서 한번 더 다루겠습니다.
신선할 수록 좋다고 평가되는 팔신약 = 팔신양약(八新良藥) 은 소엽(蘇葉), 박하(薄荷), 감국(甘菊), 적소두(赤小豆), 독활(獨活), 택란(澤蘭), 관동화(款冬花), 괴화(槐花)입니다.
3.육진팔신(六陳八新)에 대한 현대적 관점
육진팔신약에 관한 연구는 크게 진행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방향성이 있는 약재들의 경우 방향성을 없애고 사용하는 경우가 더 좋거나(육진양약), 방향성이 남아있을 때 사용하는 경우가 더 좋은 경우(팔신양약)로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한가지 더 추측해볼 점이 있습니다. 바로 과거의 보관조건입니다. 신농본초경이 작성된 시기는 현대에 비해 건조기술이 부족하고, 냉장 및 밀폐/기밀 상태의 보관이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무리 육진약으로 표기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농본초경이 집필된 진한시대 기준의 '오래 묵은 약'이지, 현대의 기술을 이용하여 무제한에 가깝도록 보관하며 점점 약성이 좋아진다는 의미는 아닐것이라고 쉽게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2~3년 정도가 그당시의 기술로 보관할 수 있는 '오래 묵은 약'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4. 육진팔신의 개념을 이용한 현대 한약재 유통기한 개선방향 제시
현재의 한약재 유통기한은 약재 개별의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태로, 일괄적으로 36개월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육진팔신약의 개념을 이용하여 육진약의 경우 한약재의 유통기한을 조금 더 늘려서 한의사/한약사의 선택을 통해 더 묵은 약재의 사용을 가능하도록 허가하여 주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팔신약의 경우에는 유통기한에 대한 추가적인 조정 없이 현재로도 충분히 신선한 약재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으므로, 따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약을 조제할 때 모든 한의사/한약사가 이러한 점을 따져 약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새롭게 강제성을 두기보다는 개인의 선택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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